나를 우롱했던 만화- 스쿨럼블

만화를 보다가 뒷통수를 맞는 일은 꽤 있습니다. 작가가 연재를 그만둔다든지, 잡지가 폐간
된다든지, 내용이 갈수록 실망스러워진다든지, 결말이 '헉, 히밤 꿈!'으로 끝난다든지......

그러나 스무권 정도되는 만화를 보는 내내 작가의 펜끝에 한회한회 휘둘리는 일은 많지 않죠.

스쿨럼블은 이 많지 않은 사례중에서도 가히 독보적입니다.
제게 굴욕을 준 만화라고 할 수 있죠(응?)

저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을 보는 다수의 팬들이 나중에는 완결까지 모아서 화형식을 해버리
겠다, 라든가 그때까지 참지 못하고 팔아버리는 등 보기 드물게 대동단결하여 스쿨럼블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던 거 같습니다.

(물론 '생각보다 괜찮네'하며 끝까지 보신 분도 꽤 되겠지만)

이 작품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유머라든가 캐릭터등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커플링>의 향방이었던 걸로 생각됩니다.

애초에 절대 변할 수 없을 거 같은 뚝심있는 사랑의 말뚝을

카라스마<<<---텐마 <<<---하리마

이 방향으로 고정시킨 채ㅡ 첨엔 엑스트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히어로였던
비운의 (행운의?) 주인공 하리마를 두고 야쿠모/ 에리라는 희대의 히로인을
배치시켜서, (어차피 텐마와는 거의 가망성이 없으니) 과연 진짜 실연을 맞았을
때 하리마의 마음은 누구에게로 갈 것인가?

라는 문제를 가지고 - 깃발파 (에리) 주먹밥파 (야쿠모) 런치파 (아무나 되도 됨)

....을 기본으로 수많은 양산형 커플링이 발생했고,

저는 절대무적 주먹밥파에 서서 열심히 응원을 했더랍니다.(,,,)

근데 참으로 이만화 보면서 신기했던 게, 작가가 묘사를 하기에 따라서
어떨 땐 보는 이조차 에리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어떨 땐 야쿠모에 몰입이되고..

상황이라든가 대사라든가 모든 것이 다음화를 보면 훼이크였던 듯,

그렇게 종잡을 수 없는 변화를 주더라는 것입니다.

그것마저 작가의 역량이라 생각하고 밀어주었건만....

이 작가는 끝까지 하리마도, 에리도, 야쿠모도 각자 상황에 따라
마음을 변하게 하며 (하리마의 마음은 시종일관 텐마 일편단심이지만)

독자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정말 애매한 종결로 저를 비롯한
많은 이들의 분노를 불같이 타오르게 했달까요

(될듯 말듯 하는 게 가장 열받는단 말이다!)

물론 커플링은 전적으로 작가 마음이라는 게 제 신조이긴 한데,
스쿨럼블 만큼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여러 장치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어떤 커플링이든 그것을 지지하게 만든 것이
다분했기 때문에-

그것을 모두 배신하는 듯한 결론을 갔을 때 .......

많은 이들이 '헉 히밤 꿈' 보다 더 열받는 결말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솔직히 저는 하도 네타를 들은 상태에서 정발판 완결을 봤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오히려 나쁘지 않았을 정도입니다만. -_-(해탈)

그런 '무난한' 대단원의 막으로 끝맺어주기에

이 작가가 그동안 이리저리 휘두른 낚싯대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

작가가 마음먹으면 얼마나 펜끝으로 독자들을 우롱(?)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내가 뭐 꼭 야쿠모와 조금의 희망도 없이 결말을 지었다고 이러는게 아니고...

하여간,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접했을 때의 좋은 느낌,

하리마라는 독특한 남주에 대한 호감.

텐마, 야쿠모, 에리, 미코토, 아키라등 개성있는 여자 등장인물들,

카라스마라는 참으로 존재감없는 남주(아마)를 비롯한

독특한 인간에 의한 독특한 개그 등-

초반부에 참으로 좋았던 이미지에 대한 배반감이랄까.
그런 걸 느꼈다는 겁니다.

여담이지만, 스쿨럼블은 제게 한동안 식었던 만화에의 열정을
되찾게 해준 만화였고, 이글루스에 처음 블로그를 만들 때도
스쿨럼블 관련 블로그로 만들었었죠 (먼산)

어쩌면 이 만화를 실시간으로 보지않고, 그냥 몰아서 봤다면-
혹은 어떤 커플링에도 기대를 품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봤다면

이 만화는 끝까지 그럭저럭 볼만한 학원 개그만화,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애정이 깊을수록 증오도 깊어진다더니...

결국 스쿨럼블이 제게 알려준 건, 억울하면 니가 그려

독자가 아무리 원해도 펜을 쥔 건 작가다!

라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랄까요-

* 만화 커플링 자체에 대해선, 전의 포스팅대로 거의 제 뜻대로
된 적이 없어서 작가를 원망해본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역시 특별한 작품이군요 :d

스쿨럼블..제목만큼은 참 잘 맞아떨어지게 지었다고 생각됩니다.
피슁럼블이라고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뭐, 괜찮습니다. 하리마와 야쿠모는 제 (망상) 안에서는
행복하게 맺어져 잘 살고 있으니까요.

* 작가에게 펜이 있다면 독자에겐 망상 상상력이 있다능..

by 나름 | 2010/07/13 22:51 | 감상을 빙자한 잡상 | 트랙백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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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카시나크 at 2010/07/13 23:41
스쿨럼블의 결말은 간단하죠.
생길거 같죠? 안생겨요.....
아...완결 다시 한번 뒤져봐야죠.
불쌍한 하리마군...엉엉엉
Commented by 나름 at 2010/07/14 22:51
안습의 하리마..ㅠㅠㅠㅠ 처음부터 끝까지 삽질 인생이라니.
(텐마는 그래도 결실을 맺었으니까요..)

....생길거 같죠?안생겨요..

이 말 정말 정곡이네요...ㅠㅠ
Commented by tore at 2010/07/13 23:42
저는 이 만화를 계기로 만화책 사모으기를 시작했습니다. (스클럼블이 한창 물 올랐을 당시 전 고교생) 동시에 중도하차한 첫 만화(...) 여러모로 애증의 만화입니다 흑흑 ;ㅅ;
Commented by 나름 at 2010/07/14 22:52
네. 저도 이 만큼 애증이 얽힌 만화는 없을 겁니다. 환희로 시작했다 절망으로 끝맺었죠...왜 하필 가장 제 취향의 커플을 가지고 낚시질을 해서...ㅠㅠㅠ
Commented by 슬랙 at 2010/07/15 09:56
뭐 눈에 뭐만 보인다고
스크럼블 에그 생각했습니다 ㅠ
Commented by 나름 at 2010/07/15 11:21
^^; 이곳은 만화블로그라 음식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요..안타깝게도.
(음식 만화 이야긴 나올 수 있겠지만)
Commented by 안녕하세요. at 2012/08/30 03:15
스쿨럼블 전권 찢어서 태워버리고 DVD 망치로 박살낸걸 인증해서 인터넷에 올릴걸 그랬습니다.
더러운 작가...더러운 작품. 지옥에나 떨어지길 바랍니다. 내돈 주고 스쿨럼블 샀으니 태우고 찢어 발기는 것도 제 권리지요. 코바야시 진아. 엿이나 처먹어라. 내 분노는 10년이 지나도 안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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